[인터뷰] 나에게 노동조합은 숙제!

소식지 편집위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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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장마가 엄청 길었지요. 선전전을 할 때도 비가 올 때가 많았답니다. 그래도 우리 책임 조합원들의 열정은 뜨겁기만 합니다. 집회를 하기 위해 울산에서 올라오신 구몬 지부장님을 인터뷰 했습니다. 

 

언제 입사하셨나요?

96년 9월요. 25년이나 되었네요. 일을 한 것은 97년 1월부터 했어요. 얼떨결에 들어왔는데, 얽매이기 싫어서 교육 다 받고 놀다가 수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돈 주고 60과목 정도 사서 수업을 했었어요. 

 

내가 수업을 시작한 97년에 IMF 사태가 발생해서 일이 잘 되던 시대는 아니었고 오히려 일자리가 없어서 교사들이 많이 들어올 때였어요. 아이들을 만나면 에너지가 올라가기도 하고, 30대 넘어 입사했기에 동료 선생님들하고 놀러도 다니며 재미있게 일했어요. 1년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못 그만두고 계속하고 있네요. 

 

노조를 어떻게 알게 되였나요?

2004년도 이정연 선생님 사망 사고가 발생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젊은 선생님이 무리한 다이어트를 했고, 소녀 가장이어서 빚이 있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배를 간 선생님한테 자세히 들어보니까 내용이 전혀 다르다는 거에요. 

 

관리자들이 교사들끼리 만나는 것을 싫어했지만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문제가 있는 거였어요. 알아보니 이정연 선생님에게 가짜 매출이 엄청 많았고, 그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젊은 사람이 갑자기 죽은거였어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알아보다가 학습지 노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노동조합에 가입해 함께 싸웠죠. 책임자 처벌과 사과, 유족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3년간 투쟁해 문제를 해결했죠. 그때 울산에서 구몬 선생님들이 노조에 가입을 많이 했어요.

 

그때보다 지금이 부정영업이 더 많은 거 같아요. 회사는 말로는 안한다고 하지만, 매출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해져 교사들이 타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번거롭고 힘들더라도 입회도, 퇴회도 내가 써야하는데. 막 쪼면 “그래 가짜 조금 넣지 뭐” 이렇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노조 활동을 하면서 어떤 점이 힘드신가요?

2017년부터 구몬교사들에게 문자를 정기적으로 보내기 시작했어요. 문자 연락을 꾸준히 받고 노동조합에 가입한 교사들도 있고, 우리가 보낸 소식지를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전달해 노동조합이 많이 알려졌어요. 함께 힘을 합쳐 선생님들이 목소리를 내면 좋은데, 노조에 가입해 힘을 실어주거나 직접 싸우기보다는 누가 대신 싸워주길 바라는 선생님들이 많다는게 안타까워요. 

 

코로나19가 확산되어 회사 차원에서 생계지원과 감염예방용품을 지급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밴드에 글을 올렸더니 저희 지국장은 난리가 났었다고 하는데, 선생님들은 덕분에 속이 후련했다고 문자가 오기도 했어요. 

 

조합원이든 비조합이든 우리는 상시로 돈이 안되니까 힘들죠. 학습지는 기본적으로 최저 시급도 안되는 선생님들이 많은데,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에요.

 

가짜 매출을 한 교사가 문제를 제기했더니 관리자는 안 했다고 발뺌하고 교사 책임으로 돌리면서 해고시킨 일이 있었어요. 그런 일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사무실의 다른 선생님이 한 명도 증언을 안 해줘요. 증거가 없어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주는 정부 지원금도 선생님들이 가짜 매출 때문에 못 받은 경우도 많더라구요.

 

구몬 지부의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울산에는 활동조합원이 많이 늘었지만, 울산만의 활동은 한계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전국으로 선전전을 다녔고 서울경기에 집중해서 조합원을 늘렸어요. 그리고 2018년 하반기부터 단체교섭을 하자고 계속 공문을 본사에 보내고 본사앞에서 집회와 선전전도 하고 있어요.  작년 하반기에 노동부가 중재할 때는 회사에서 답공문이 오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미팅 끝나고 나니까 답도 없네요. 

 

그래도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후 공문을 보내고 요청을 하니, 다른 회사에 비해서 마스크도 빨리 보내고 그런 것을 보면 회사가 노조를 무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서울에 올라가면 되도록 회의만 하지 않고, 선생님들을 만나려고 해요. 조합에 가입하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조합비만 낼 건데 그래도 되나요?” 라고 말하기도 해요. 선뜻 용기가 없어서 그런가 봐요. 조합원이 늘면 좋다가도 그럴 땐 좀 안타깝죠.

 

울산이라는 지역적 한계가 있어 구몬 지부장은 울산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래서 울산에서 일을 많이 안 만들고 전국적으로 다니고 있어요.

 

신임 활동조합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나는 처음부터 구몬 지부를 만들었어야 했고, 자료도 없었고, 대의원도 없고 해서 숙제처럼 했어요. 지금은 지역별로 대의원도 있고 하니까 지역본부도 만들 수 있고, 지부가 있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져 있으니까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18년부터는 예전보다 조합원이 많이 늘었고, 노동조합이 많이 알려졌기에 이젠 전반적인 학습지 노조의 틀을 잡아나가야죠. 누가 와도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되도록 해야죠. 

 

나에게 노동조합이란 숙제이다!

숙제! 숙제는 해야 하는 것이니까. 내가 선택한 숙제죠.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나이도 있고, 경력도 있다 보니 안 할 수 없어서 해야 하는 숙제. 그런데 버거운 숙제네요.


“노조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회사는 노동부가 중재를 안 해도 교섭을 한다. 또 다른 이정연 선생님 만들지 말고 알리자.” 이러면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노조활동이 숙제라고 말하는 지부장님의 이야기가 자꾸 떠오른다. 하기 싫지만 안하면 안되는 숙제, 그 숙제가 우리를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선택한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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