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책] 까뮈의 <페스트>를 읽기 권하다.

소식지 편집위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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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까뮈의 <페스트>를 읽기 권하다.


이은옥 조합원


입 다물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속하지 않기 위하여, 

페스트에 희생된 그 사람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기 위하여, 

아니 적어도 그들에게 가해진 불의와 폭력에 대해 추억만이라도 남겨 놓기 위하여, 

그리고 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 배운것만이라도, 

즉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말해 두기 위하여

지금 여기서 끝맺으려 하는 이야기를 글로 쓸 결심을 했다.


소설 <페스트>는 <이방인>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까뮈의 대표작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방인>이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젊은 뫼르소의 부조리한 삶과 죽음에 관한 소설이었다면 <페스트>는 재난이 닥친 세상을 향한 주인공들의 삶의 태도를 관찰하며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오랑 이라는 도시에서 어느 날 쥐들이 죽기 시작한다. 한두 마리부터 시작한 죽음은 어느덧 떼죽음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인간에게 '페스트'라는 질병을 발병케 해 도시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곧 오랑은  도시 전체가 패쇄되고 사람들은 고립된 도시 속에서 각자 나름의 삶의 방식으로 이 무서운 전염병과 마주한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 의사 리유, 그는 직업적 사명감과 도덕적 자세로 페스트와 정면으로 맞서 싸운다 그의 곁에는 보건대를 조직해 생명 구조활동을 벌이자고 제안한  타루 라는 젊은 남자와 시청 서기이자 작가인 그랑(그는 때때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순수한 예술가의 혼을 가지고 있다)이 함께 있다. 하지만 그 혼란의 세계엔 정의로운 인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뒷돈을 쓰고 편법을 써 도시를 탈출해 애인에게 돌아가고자 하는 랑베르 라는 기자가 있고, 모든 것은 신의 뜻이며 신앙심만이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설파하는 파늘루 신부가 있으며, 또한 그 혼란을 틈타 밀수로 돈을 벌고 어지러운 상황을 최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범죄자코타르도 있다.

 

까뮈가 소설 <페스트>를 쓰게 된 기폭제는 제 2차 세계대전이었다고 한다. 즉 까뮈는 전쟁이라고 하는 죽음과 악의 세계를 작품속 페스트에 빗대어 묘사한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온갖 불합리와 악함과 절망으로 가득차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것인가?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삶의 자세를 취할 것인가?

 

소설 밖으로 나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바라본다. 코로나가 지배하는 세상,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이 소외되는 세상, 여성이라서 차별받고 외면받는 세상, 진영논리에 빠져 올바른 판단이 사라져 버린 광기의 세상!

 

어떤 삶을 살 것인가는 각자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혼탁한 세상에서도 희망을 찾아 싸우고 옳음이 아닌것에는 당당히 아니라고 말하며 거부할 용기를 잃지 않으려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기도 한다. 랑베르의 도피적 태도나  파눌루 신부의 초월적 태도는 세상이나 그들 자신에게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지만, 악과 죽음의 세계를 거부하고 투쟁함으로써 진리의 길을 걸어간 리유와 그랑, 타루의 삶은 고단하지만 아름답고,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긴 작품인 <페스트>는 오랜 기간 작가가 공들인 작품답게 깊은 철학적 사유와 아름다운 문장들로 넘쳐난다. 이 코로나 시대에, 자기 삶을 한번 돌아보고 싶을 때, 세상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때 한번 정도 읽어보면 좋을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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