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일일공부에서 AI수학으로

소식지 편집위
202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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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공부에서 AI수학으로



방문 학습지 교사

80년대 학습지는 아이템플의 일일공부로 대표되는 배달학습지다. 공문수학, 재능수학 등도 당시에는 학습지교사가 학습지를 배달하면서 문앞에 서서 간단하게 양육자와 교재 상담을 진행했다. 90년대 이후 학습지 교사는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빨간색 연필로 채점을 하고 틀린 부분을 바로 잡아준다. IMF 경제위기 이후 여성들이 대거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학습지 교사의 역할은 점점 더 많아진다. 지난 교재 채점뿐만 아니라, 이번주 교재를 혼자 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심지어 집에 없는 아이를 놀이터에서 찾아오고, 밀린교재를 같이 풀고, 밥을 챙겨 먹이기도 한다. 가르치는 일에서 돌보는 일까지 역할이 커진 것이다.

2000년대 스마트기기가 보급되면서 학습지 시장은 빠르게 변화했다. 2011년 학습지 시장에 밀크T, home-learn이 스마트기기와 온라인 교사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온라인 학습지시장을 선점했다. 그리고 뒤따라 웅진이 북클럽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대면 학습지 시장의 BIG4인 대교, 교원, 재능 등도 온라인 상품을 출시했지만 방문학습지에 비해 점유율이 미미한 정도이고 중도에 사라진 프로그램들도 있다.

비대면 수업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상이 바뀌었다. 비대면 학습지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고 기존 종이 학습지사들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일 (–) 성장을 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정지된 이후 학습지사들은 빠르게 비대면수업이 가능한 방식을 찾아냈다. 처음엔 페이스톡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지만 한달만에 스마트기기를 통해 피드백이 가능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1년, 새로운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교사와 AI(인공지능)의 온라인 수업

웅진AI, 스마트구몬, 대교써밋, 재능AI수학... 수학 학습지회원을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은 교사가 진도를 얼마나 잘 잡느냐에 달려있었다. 아무리 프로그램식 학습법이라고 해도 교사가 복습을 잘 잡아서 이끌어 가지 않으면 회원은 이탈한다. 이제 이 역할을 AI가 도와준다. AI는 회원이 틀린 문제를 분석해 완전학습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장  AI다운 웅진의 경우 AI가 학습자의 눈동자의 움직임을 통해 '건너뛴 문제', '대충 푼 문제', '찍은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 '틀린 후 재시도 안 한 문제'까지도 표시해준다고 한다. 이제 학습지교사의 역할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아직은 아니다.

온라인 상품 & 학습지 교사 

학습지사들은 종이학습지 시장의 축소와 AI상품 출시로 인한 개발비용으로 인한 적자,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학습지교사들을 쥐어짜고 있다.

관리용 테블릿 PC 강매: 자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사가 판매하고 있는 테블릿PC를 사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양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기기를 구매해야만 한다. 각 지국 사무실에 비치된 테블릿PC가 몇 대 있지만 그나마 사양이 너무 떨어지거나, 정작 필요한 교사가 빌려 쓸 수 없다. 또한 테블릿 PC를 구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국에서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수수료 삭감: 학습지사는 고가의 테블릿 PC를 약정 판매하면서 회원의 회비를 할인해준다. 심지어 구몬의 경우 스마트구몬  수수료는 관리수수료와  상관없이 1~4 과목일 경우는 지급하지 않고 5~9 과목일 때 17,500원, 10~14 과목일때 35,000원을 지급한다. 구몬교사들은 스마트구몬 수수료를 1과목당 지급하라고 요구 하고 있지만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5배수 과목을 만들라고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다. 스마트구몬 1과목 프로그램 이용료는 18,000원, 9과목(162,000원) 진행할때 수수료는 17,500원, 수수료 9.25%이다.

스마트 상품 판매 강요: 신상품이 출시되면 영업 강요는 기본이다. 교사가 실적을 내야 회사의 매출이 증가한다. 어떻게든 고객을 설득시켜 스마트 상품을 판매하라고 한다. AI과목은 일반 과목에 비해 비싸다. 특히 대교 써밋은 타상품에 비해 두배이상 비싸다. 매주 조회시간마다 써밋상품 판매를 위한 교육과 실적강요가 이루어 진다. 대교교사들은 쏟아지는 써밋제품으로 매일 아침을 상품교육에 정신 없이 보내고 있지만 교육수당은 커녕, 신수수료를 선택하지 않은 교사들의 경우 써밋제품에 대해서는 30%  35% 의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학습지 교사는 항시 대기 중: 재능의 경우는 주 3회 회원의 온라인 질문에 답변을 해줘야 하며, 구몬의 경우는 매일 오전 11시 ‘스마트 구몬 타임’이라며 피드백을 의무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교사 방문 시 해결해야 하며, 회원의 일정으로 대면 수업을 놓치면 주말이라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일일공부에서 AI수학으로 오는 40년 동안 세상은 몰라보게 변했다. 업계는 학습지 시장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용자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 네이버 등도 에듀테크-[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영어단어 합성어]로, '기술을 활용한 교육산업'- 시장에 뛰어 들었다. 학습지사들은 적은 자본으로 대자본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의 판도가 바뀌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정사원들의 희망퇴직, 지국 통폐합, 러닝센터 폐쇄, 재계약 심사제도 등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우리 학습지노동자들은 이제 정규직, 계약직, 위탁계약직 등 자본이 갈라놓은 틈을 넘어 함께 싸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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