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책] 휴가 때 읽을 소설-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소식지 편집위
2022-06-22
조회수 460

[책책책] 휴가 때 읽을 소설-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글 이은옥 조합원

 

새해를 맞이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휴가를 운운할 만큼 시간이 흘렀다.

학습지 교사들에게 휴가만큼 달콤하고 행복한게 또 있을까? (모든 직장인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더위가 주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여름을 보내야 하는 학습지 교사가 여름 한가운데에서 맞이하는 7일 간의 휴가를 무엇에 비할까? 입회도 퇴회도 마감압박도 모두 잊고 어디론가 떠나거나 아님 모든 걸 차단하고 방구석에 처박혀 지내도 하루하루가 지나가는게 안타깝고 쓰라릴 것이다. 그리고 하루나 이틀 정도는 기억에 남을 만한 책 한권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그래서 책 한권을 소개한다. 김애란 작가가 2017년도에 낸 소설집 <바깥은 여름>이다

처음, 휴가 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무슨 책을 소개할지 좀 어려웠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크리스마스엔 따뜻한 가족 영화를 보고, 연말엔 늘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듣고, 추석과 설날엔 톰 크루즈의 액션영화를 보는 것처럼 왠지 그 시기엔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정석 같은 것. 그렇다면 휴가 때 읽을 만한 책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얼마 전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동네에서 교류하는 몇 안되는 이웃과 있었던 일이다. 내 작은 딸의 친구 엄마 이기도 한 그 이웃과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겉보기엔 어느 것 하나 남부러 울 게 없는 사람이었던 그녀가 자기 삶의 고통을 낱낱이 얘기하는 것이었다. 넉넉한 살림살이와 다정한 남편, 명문대에 다니는 두 자녀, 게다가 자신의 탄탄한 커리어까지. 완벽하다고 할만한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놀라웠다.

바깥은 여름 ❙ 김애란 소설  ❙  문학동네 

그녀의 이런저런 고통이 예사롭지 않아서 5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바깥은 여름>은 총 7편의 글을 모아 엮은 단편집이다. 보통의 단편집과는 다르게 표제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첫 작품 <입동>부터 마지막 작품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까지 모두 어떤 상실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5년 전 이 작품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점은 작가의 통찰력과 공감력이었다. 1980년 생인 작가가 아직 30대였을 때 그 작품을 썼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어느날 뉴스 사회면에서 읽은 아주 짧은 기사들_ 어린이집 차에 치어 숨진 어린아이, 제자를 구하려다 물에 빠져 나오지 못한 고교 교사, 혹은 휴게소 한쪽 벤치에 늙은 개와 앉아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

이런 짧은 단상에서 아픔의 공감을 느끼고 글을 써내려 갔을 젊은 작가의 감성이 놀라웠다

그런데 왜 하필 휴가 때 권할 만한 책이 이 책이 되었을까? 여행지에서의 달콤한 로맨스나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탐험 같은 책들이 더 잘 어울리긴 할 것이다. 하지만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마지막 주말 정도를 남겨 놓았을 때(지독히도 우울해지는 시기에) 이 책으로 휴가를 마무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사람은 누구나 다 나름의 슬픔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 슬픔을 간직한 채 그래도 살아가야 하지 않는가? 더군다나 우리는 수많은 아이들을, 어머니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으므로,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예의와 타인에 대한 공감력을 더 많이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물로 보내준 이 책을 읽은 그 이웃도 다 읽고 나자 왠지 머리가 '쨍' 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감상평을 보내왔다.

새벽까지 읽느라 다음날 몹시 힘들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진, 카드 출처 ❙  문학동네

1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