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간단 레시피] 혼자서도 잘 먹는 법

소식지 편집위
2021-07-05
조회수 1139
혼자서도 잘 먹는 법


글 ㅣ 여민희 조합원 


“집에서 밥은 해 먹어요?”, “쌀은 있어요?”, “반찬도 해요?”

1인 가구인 걸 아는 사람들은 가끔씩 이런 질문을 한다. “혼자 식당에 가지 않으니 집에서 먹어요.”, “물론 쌀 있죠. 잡곡 좋아해서 종류별로 웬만한 건 있어요.”, “반찬은 사는 것도 있고 주위에서 먹으라고 챙겨 주는 것도 있고, 좋아하는 건 직접 해 먹기도 해요.”……

‘혼자서도 잘 먹는 법’이라는 내용으로 소식지의 글도 청탁을 받았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혼자서는 잘 먹지 못하나?’, ‘잘 먹는 게 뭐지?’, ‘꼭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먹어야만 하나?’, ‘다가구의 사람들은 모두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먹나?’, ‘다가구 사람들은 다 잘 먹나?’…… ‘밥은 집에서 하기도 하고 배달 앱을 이용하기도 하고, 반찬을 사기도 하고 얻기도 하고 해 먹기도 하고…’ 뭐 나랑 똑같은 거 아닌가?’

문제는 사람들의 질문이다. “요즘 뭘 해 먹어요?”, “뭐가 싸고 맛있어요?”, “00 마트에서 할인행사 하던데 가 봤어요?” 이런 건 다가구 구성원인 여성에게, 주로 여성들이 주고받는 질문이다. 1인 가구인 나에게, 다가구 구성원 중 남성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는 않는다.

‘혼자서도 잘 먹는 법’의 서론이 길어져 방향을 돌려야 하는데, 그전에 우리의 생각부터 방향돌리기를 했으면 한다. 1인 가구 구성원이 잘 챙겨 먹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 다가구 구성원 중 남성이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을 부러워만 하는 것, 그동안 지배했던 당연함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방향 돌리기부터 시작하는 것, 그럼 이제부터는 ‘누구나 잘 먹는 법’이 되지 않을까?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의 가장 큰 고충은 음식을 한 번에 먹지 못하고 남은 음식이 냉장고에 들어가면 하루이틀 지나다 곧 음식 쓰레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1인 가구의 문제뿐이 아니라, 집에서 식사를 하는 구성원이 줄어든 많은 가구의 고충일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사다 먹는 것이 편하고 음식 쓰레기가 생기지 않아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그럼 음식을 사 오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했을 때의 각종 쓰레기는 어떡하나. 이래저래 고민 속에 주로 일품요리를 해 먹는 걸 선호한다. 일품요리하니 엄청 거창해 보이는 데 된장찌개 하나 푸짐하게 끓여서 먹고, 샐러드를 먹을 때도 푸짐하게, 뭐든 한 가지를 거창하게 해 먹는 게 내가 잘 먹는 법이다.

많은 양을 먹지는 않지만, 맛있고 예쁘게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한다. 20년 넘게 학습지교사와 노동조합의 일을 하면서 맛있고 예쁘게 만들어 먹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작년 코로나19로 수업이 줄고 노동조합의 외부 활동도 줄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맛있고 예쁘게 만들어 먹기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리코타치즈 만들기이다. 치즈를 좋아하거나, 샐러드를 즐겨 먹는 사람에게는 강추이다. 만드는 양에 따라 시중 판매품보다 비용을 30~70% 절감할 수 있고, 훨씬 고소하고 고퀄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럼 함께 만들어볼게요. 

준비물 챙기기: 우유(500ml), 생크림(250ml, 200ml도 가능), 소금, 식초, 레몬즙(있으면 좋고 없어도 가능), 면보와 체반, 용기

①불을 이용하여 우유와 생크림을 2:1로 한 꼬집의 소금을 넣고 중약불로 바닥에 눌러붙지 않게 저으며 기포가 생길 때까지 막을 걷어며 끓인다.(이때, 한순간 끓어 넘칠 수 있으니 꼭 지켜보아야 함) ②약불로 줄이고 식초(500ml에 4~6스푼)와 레몬즙(식초의 반)을 휘리릭 둘러 넣는다.(식초로 응고가 되어야 하기때문에 절대 도구로 젓지 않아야 함) ③이 상태로 약불에서 20분정도 지나면 순두부처럼 몽글몽글해진다. ④불을 끄고 한 김(10분쯤)을 식히고 체에 면보를 받쳐 쏟아서 걸러준다. ⑤유청이 분리되면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5~6시간 넣어서 숙성하면 완성.

팁: ①분리된 유청은 샤워를 하거나 세수를 할 때 사용하면 피부가 보들보들 ②원하는 식감에 따라 유청을 분리를 조절하면 됨(쫀득쫀득한 식감을 원하면 손으로 꼭 짜야 함)

이렇게 완성된 리코타치즈는 빵과 함께 먹거나 샐러드로 먹으면 정말 환상이다. 친구들과 만날 때도 만들어 가면 언제 어디서나 환영받으며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사진에서처럼 크로플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리코타치즈도 듬뿍 넣고 좋아하는 블루베리와 딸기도 듬뿍 넣었다. 아, 환상이야!


리코타치즈 유청 분리하기

리코타치즈 듬뿍~ 블루베리와 딸기 듬뿍~ 크로플

리코타치즈와 크로와상 그리고 시원한 수제맥주

유일하게 혼자 즐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마트 장보기이다. 혼자서도 1~2시간은 금세 보낸다. 그런데 문제는 대량 구매의 충동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매한 식품은 유통기한을 지나기가 다반사고, 냉장고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상한 채로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1~2인 기준으로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푸드 마켓을 이용한다.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사려고 했던 크로와상 생지를 첫 구매 고객에게 100원에 준다길래 혹해서 가입을 했다가 지금은 최애하는 사이트가 되었다. 좋아하는 소고기도 각 부위 종류별로 200g 기준으로 판매하고 각종 샐러드와 소스류도 소용량으로 다양하게 판매한다. 조금씩 다양하게 많은 종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딱이다. 개인 보냉 박스를 이용하면 과대한 포장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이용하는 온라인 푸드 마켓은 환경 쓰레기를 줄이기에 노력을 하고 있어 점수를 더 주게 되었다. 또 할인 시간대를 잘 맞추면 원하는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에는 하루 전날 저렴한 재료를 검색하고 메뉴를 정하고 모임 당일에 배송을 받아서 음식을 만들어 푸짐하고 예쁘게, 즐겁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미나리돌돌 새우말이와 시저드레싱 샐러드



전복버터구이와 라구소스


등갈비 오븐구이

노동조합 일을 왜 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행복해 지려고 한다. 그런데 노동조합 일은 나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 지더라. 그래서 더 기쁘더라.”라고 대답을 한다.

혼자서도 어떻게 잘 챙겨먹느냐는 질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맛있게 먹는 게 좋다. 그런데 내가 맛있게 먹던 것을 함께 먹으니 더 맛있고 좋더라. 함께 맛있게 먹기 위해 먼저 맛있고 예쁘게 만들어 먹는 것, 그게 내가 잘 챙겨 먹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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