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노동조합은 '지리산'이다.
인터뷰. 글 I 이은옥 조합원
지난 1월 12일 눈높이 대교는 전국 750여 명의 눈높이 러닝센터장들을 상대로 신운영체계를 발표했다. 신운영체계는 시급으로는 4400원 ~ 6600원, 월 급여로 120만원 ~ 180만원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코로나19로 휴회가 늘어나고 센터를 닫아야만 하는 상황이 수시로 생겼고 감염예방을 위한 조치들로 일은 두 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나아지리라는 기대로 묵묵히 견뎌왔던 센터장들에게 생계마저 위협하는 신운영체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센터장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그 투쟁의 중심에 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윤희 비대위원장(센터장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비상대책위원회)을 만났다.
Q. 눈높이 교사 이윤희, 노동자 이윤희의 삶의 궤적을 대략적으로 정리한다면?
A. 눈높이 교사로 오랜 세월을 보냈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좋았다. 일하는 엄마로 아이들에게 크게 신경써주지 못한 점도 있었으나, 아이들도 바르고 곧게 잘 자라주었다. 너무 열심히 쉼 없이 달려와서 일까? 어느날 에너지가 많이 고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일을 좀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무렵 대교는 신운영체계를 발표했다. 그 때부터 많은 생각을 했다.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이윤희 비대위장은 똥물을 뒤집어쓴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이 상황의 원인 제공자는 침묵하며 살아온 나, 그리고 우리 스스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여년 대교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부당함에 대해 이의제기하지 않았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 했기에 주말에도 나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수수료 제도 개악에 대해서도 반발하지 않았다. 이런 수동적인 태도들이 회사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생각했다. 센터장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움직여봤자 크게 이슈화되지 않을 것이란 것을 회사는 그동안의 학습으로 터득한 것이다.
Q. 지난 1월 이후 센터장들은 어떻게 대응했고 현재 진행상황은?
A. 센터장들 중 절반 가까이 노조에 가입했다. 지역별 대표단을 조직했고 지역단위와 전국단위의 의사 소통망을 개설해서 신속한 의견교환을 가능하게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현 상황을 알렸고 사측과도 협상을 진행했다. 대표단 10명이 회사에 가서 직접 우리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요구사항은 신제도 폐지, 현제도 보완, 김연화 전무 사퇴였다. 그 와중에 대표이사가 바뀌었고(7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신제도를 도입했던 김연화 전무는 회사에서 계약해지 됐다) 센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신제도 폐지에 대한 찬성이 90%이상 나왔다. 그 결과로 일단 1월에 나왔던 신제도는 폐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다시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Q. 단체 행동을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 스스로 잘 했다고 생각하거나 아쉬운 점 등이 무엇인지?
A. 아쉬운 점이 많다. 난 의협심과 오지랖으로 경인지역 대표를 맡았다.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많은 센터장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건 나의 착각 이었다. 단체행동에 함께 나서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망감과 좌절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었다. 20년을 넘게 일하며 알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죽음을 앞에 두었을 때 진실한 친구 한명만 옆에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하지 않던가, 과연 나는 어려운 시기 내 친구나 동료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계기도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에 큰 위안을 받기도 했다. 공동 비대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는 김란미 센터장 같은 사람들이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옆에 있어만 주어도 좋다’ 라고 말하는 동료에게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
Q. 앞으로의 전망과 각오가 있다면?
A. 솔직히 말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경영진은 구습을 답습하고 있고 낡은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 우리 센터장들의 움직임이 회사 측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싸움을 계기로 많은 센터장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우리 조직이 더 많이 견고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시는 회사가 마음대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 못하게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센터장들이 노동조합 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두번의 교육만으론 부족하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꾸준히 낼 수 있는 힘 있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Q. 노동자 이윤희, 엄마 이윤희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지?
A. 20대의 두 남매가 있다. 아이들에겐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란다. 적어도 돈이 없어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세상은 아니기를 바란다
Q. 이윤희에게 노동조합은?
A. 나에게 노동조합은 '지리산'이다. 노고단 등반이 마지막이었던 나에게 지리산은 꼭 한번 제대로 등반해보고 싶은 산이 되었다. 자연경관도 수려할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산이기 때문이다. 가파르고 험난해 준비할 것도 많아 하루 계획으론 무리인 산이다. 그렇다고 지리산이 오르지 못할 산은 분명 아니다. 노동조합은 분명 가봐야 할 산이지만 가는내내 감내해야할 고통이 나를 혼란스럽게한다.
이윤희 조합원은 인터뷰 도중 몇 번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꾸준한 성과와 보람을 느끼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 순간 부정당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억울함과 분노, 상처도 많았으리라. 그 와중에도 옆에서 힘을 주는 동료들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가장 큰 벽은 자기 자신, 혹은 동료 교사들 속에 있는 장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본의 횡포만큼이나 우리 내부에 있는 장벽도 깨기 힘든 장애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먼저 깨닫고 먼저 움직이는 자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스스로 그 길을 헤쳐 나가고 있는 이윤희 조합원은 단단하고 당차보였다.
인터뷰 다음날 대교는 신제도 설명회를 가졌다. 대교는 신수수료 폐지 이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했으나, 센터장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형식적이었고 센터장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제도가 발표되었다. 센터장들은 대표이사에게 ‘센터장 대표단과의 2차 러닝센터장 모니터링 협의체 구성’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항의서한을 보냈고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신제도의 문제점을 알려나갔다. 신제도의 일부 내용이 센터장들의 요구로 개선되었다. 센터장 조합원들의 6개월간의 투쟁은 한 고개를 넘어섰다. 7월 6일 최저 수수료 250만원 보장! 재계약 심사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대교 본사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다시 긴 호흡으로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그 첫 발로 전국 조합원 순회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나에게 노동조합은 '지리산'이다.
인터뷰. 글 I 이은옥 조합원
그 투쟁의 중심에 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윤희 비대위원장(센터장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비상대책위원회)을 만났다.
Q. 눈높이 교사 이윤희, 노동자 이윤희의 삶의 궤적을 대략적으로 정리한다면?
A. 눈높이 교사로 오랜 세월을 보냈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좋았다. 일하는 엄마로 아이들에게 크게 신경써주지 못한 점도 있었으나, 아이들도 바르고 곧게 잘 자라주었다. 너무 열심히 쉼 없이 달려와서 일까? 어느날 에너지가 많이 고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일을 좀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무렵 대교는 신운영체계를 발표했다. 그 때부터 많은 생각을 했다. 왜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이윤희 비대위장은 똥물을 뒤집어쓴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이 상황의 원인 제공자는 침묵하며 살아온 나, 그리고 우리 스스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여년 대교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부당함에 대해 이의제기하지 않았다. 매년 재계약을 해야 했기에 주말에도 나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수수료 제도 개악에 대해서도 반발하지 않았다. 이런 수동적인 태도들이 회사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생각했다. 센터장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움직여봤자 크게 이슈화되지 않을 것이란 것을 회사는 그동안의 학습으로 터득한 것이다.
Q. 지난 1월 이후 센터장들은 어떻게 대응했고 현재 진행상황은?
A. 센터장들 중 절반 가까이 노조에 가입했다. 지역별 대표단을 조직했고 지역단위와 전국단위의 의사 소통망을 개설해서 신속한 의견교환을 가능하게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현 상황을 알렸고 사측과도 협상을 진행했다. 대표단 10명이 회사에 가서 직접 우리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요구사항은 신제도 폐지, 현제도 보완, 김연화 전무 사퇴였다. 그 와중에 대표이사가 바뀌었고(7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신제도를 도입했던 김연화 전무는 회사에서 계약해지 됐다) 센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신제도 폐지에 대한 찬성이 90%이상 나왔다. 그 결과로 일단 1월에 나왔던 신제도는 폐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다시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Q. 단체 행동을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 스스로 잘 했다고 생각하거나 아쉬운 점 등이 무엇인지?
A. 아쉬운 점이 많다. 난 의협심과 오지랖으로 경인지역 대표를 맡았다.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많은 센터장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건 나의 착각 이었다. 단체행동에 함께 나서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망감과 좌절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었다. 20년을 넘게 일하며 알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죽음을 앞에 두었을 때 진실한 친구 한명만 옆에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하지 않던가, 과연 나는 어려운 시기 내 친구나 동료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계기도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에 큰 위안을 받기도 했다. 공동 비대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는 김란미 센터장 같은 사람들이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옆에 있어만 주어도 좋다’ 라고 말하는 동료에게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
Q. 앞으로의 전망과 각오가 있다면?
A. 솔직히 말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경영진은 구습을 답습하고 있고 낡은 사고방식에 빠져 있다. 우리 센터장들의 움직임이 회사 측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싸움을 계기로 많은 센터장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우리 조직이 더 많이 견고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시는 회사가 마음대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 못하게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센터장들이 노동조합 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두번의 교육만으론 부족하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꾸준히 낼 수 있는 힘 있는 조직이 되기를 바란다
Q. 노동자 이윤희, 엄마 이윤희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지?
A. 20대의 두 남매가 있다. 아이들에겐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란다. 적어도 돈이 없어서 꿈을 펼치지 못하는 세상은 아니기를 바란다
Q. 이윤희에게 노동조합은?
A. 나에게 노동조합은 '지리산'이다. 노고단 등반이 마지막이었던 나에게 지리산은 꼭 한번 제대로 등반해보고 싶은 산이 되었다. 자연경관도 수려할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산이기 때문이다. 가파르고 험난해 준비할 것도 많아 하루 계획으론 무리인 산이다. 그렇다고 지리산이 오르지 못할 산은 분명 아니다. 노동조합은 분명 가봐야 할 산이지만 가는내내 감내해야할 고통이 나를 혼란스럽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