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문] 특수고용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의 필요성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장 오수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는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방문점검원, 학습지교사 등 다양한 직종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속해 있습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이 노동자들의 공통점은 최저임금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수료를 받고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3년 서비스연맹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노동자들의 평균시급은 6,340원입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남들보다 적게 먹고는 살 수는 없기에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장시간 노동, 위험한 노동, N잡러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27년차 학습지교사인 조합원은 코로나, 학령 인구감소, 재개발이라는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새벽에는 택배분류, 오후에는 학습지교사로, 주말에는 배달라이더로 내몰려 일하고 있습니다.
학습지노조는 노조법상 노동자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교 눈높이는 위탁계약직의 수수료는 ‘임금’이 아니기에 임금협약에서 논할 수 없다는 억지 주장을 폈습니다. 교섭 중인 재능교육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수료 테이블의 변경과 공짜노동에 대한 적정한 댓가를 지급하라는 요구에 대해 “회사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추구”한다며 학습지 회사의 가장 주요한 업무인 회원관리를 맡고 있는 학습지 교사들을 최소 ’비용’으로 치부했습니다.
학습지노동자들은 회원이 많든 적든 밤 10시가 다 되어야 일을 마칩니다. 늦은 밤 귀가해 집안일과 업무 마무리를 하면 12시가 넘는 건 다반사입니다. 그런데도 아침 8시에 유치원과 학교 앞으로 회원모집을 위해 홍보를 나갑니다. 지난주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구몬교사는 “아침 홍보를 하고 나면 오후 수업이 힘들어서 홍보를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홍보를 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못한다”는 협박을 지국장으로 들었습니다. 홍보활동에 대한 어떠한 비용도 회사는 지급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끝없이 추락이 가능한 수수료 테이블은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무료 노동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재능교육의 최저수수료는 35%, 구몬의 최저수수료 33%입니다. 여러 단계로 나뉘어져 있는 수수료테이블은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실적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수수료율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수수료율을 높이기 위해 가짜회원을 만들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에는 매월 말일이면 가짜회원으로 고통받고 있는 교사들의 전화가 이어집니다.
저희처럼 방문노동을 하고 있는 가전제품점검원 노동자들의 상황도 비숫합니다. 점검업무만으로는 100만원 벌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한국의 방문점검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낮은 수수료를 주고, 과도한 영업을 부추기는 코웨이는 미국에서는 다릅니다. 코웨이USA에 소속된 방문점검 노동자들은 모든 근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코웨이USA는 이들을 시급제 노동자로 고용하면서 한국에서는 절대 할 수 없다는 건당 업무 소요시간을 데이터화해 시간당 임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코웨이USA의 방문점검원은 한국코웨이 방문점검원 노동자들보다 건당 2.5배 많은 임금을 받습니다. 미연방노동부는 코웨이USA가 방문점검원들이 고객과 통화하는 시간, 제품을 차량에 싣고 내리는 시간, 제품을 수령하기 위해 창고로 이동하는 시간, 의무 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에 대한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2021년 7월부터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산재·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일 하한액 기준을 근기법상 노동자들과는 다르게 두었습니다. 산업재해로 다쳐서 받는 휴업급여는 근기법상 노동자들의 일 하한액은 78,880원인데 반해 우리 특수고용노동자의 일 하한액은 41,150원입니다. 소득감소로 회사를 그만뒀을 때 받을 수 있는 구직급여의 최저 하한액이 26.600원입니다.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으니 휴업급여·구직급여에도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의 50%로도 안되는 급여로 인해 아파도 쉬지 못합니다. 소득감소로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재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질 낮은 다른 일자리로 이동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게 됩니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기업의 소모품으로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을 고용해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에게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게 강제하고, 임금의 하한선을 정하고 이를 어기는 기업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 시작은 최저임금 바깥의 낭떠러지 같은 일터에서 오늘도 삶을 갈아 넣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법 5조3항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2024.10.8
[토론문] 특수고용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의 필요성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장 오수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는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방문점검원, 학습지교사 등 다양한 직종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속해 있습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이 노동자들의 공통점은 최저임금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수료를 받고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3년 서비스연맹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노동자들의 평균시급은 6,340원입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남들보다 적게 먹고는 살 수는 없기에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장시간 노동, 위험한 노동, N잡러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27년차 학습지교사인 조합원은 코로나, 학령 인구감소, 재개발이라는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새벽에는 택배분류, 오후에는 학습지교사로, 주말에는 배달라이더로 내몰려 일하고 있습니다.
학습지노조는 노조법상 노동자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교 눈높이는 위탁계약직의 수수료는 ‘임금’이 아니기에 임금협약에서 논할 수 없다는 억지 주장을 폈습니다. 교섭 중인 재능교육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수료 테이블의 변경과 공짜노동에 대한 적정한 댓가를 지급하라는 요구에 대해 “회사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추구”한다며 학습지 회사의 가장 주요한 업무인 회원관리를 맡고 있는 학습지 교사들을 최소 ’비용’으로 치부했습니다.
학습지노동자들은 회원이 많든 적든 밤 10시가 다 되어야 일을 마칩니다. 늦은 밤 귀가해 집안일과 업무 마무리를 하면 12시가 넘는 건 다반사입니다. 그런데도 아침 8시에 유치원과 학교 앞으로 회원모집을 위해 홍보를 나갑니다. 지난주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구몬교사는 “아침 홍보를 하고 나면 오후 수업이 힘들어서 홍보를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홍보를 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못한다”는 협박을 지국장으로 들었습니다. 홍보활동에 대한 어떠한 비용도 회사는 지급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끝없이 추락이 가능한 수수료 테이블은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무료 노동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재능교육의 최저수수료는 35%, 구몬의 최저수수료 33%입니다. 여러 단계로 나뉘어져 있는 수수료테이블은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실적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수수료율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수수료율을 높이기 위해 가짜회원을 만들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에는 매월 말일이면 가짜회원으로 고통받고 있는 교사들의 전화가 이어집니다.
저희처럼 방문노동을 하고 있는 가전제품점검원 노동자들의 상황도 비숫합니다. 점검업무만으로는 100만원 벌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한국의 방문점검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낮은 수수료를 주고, 과도한 영업을 부추기는 코웨이는 미국에서는 다릅니다. 코웨이USA에 소속된 방문점검 노동자들은 모든 근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코웨이USA는 이들을 시급제 노동자로 고용하면서 한국에서는 절대 할 수 없다는 건당 업무 소요시간을 데이터화해 시간당 임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코웨이USA의 방문점검원은 한국코웨이 방문점검원 노동자들보다 건당 2.5배 많은 임금을 받습니다. 미연방노동부는 코웨이USA가 방문점검원들이 고객과 통화하는 시간, 제품을 차량에 싣고 내리는 시간, 제품을 수령하기 위해 창고로 이동하는 시간, 의무 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에 대한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2021년 7월부터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산재·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일 하한액 기준을 근기법상 노동자들과는 다르게 두었습니다. 산업재해로 다쳐서 받는 휴업급여는 근기법상 노동자들의 일 하한액은 78,880원인데 반해 우리 특수고용노동자의 일 하한액은 41,150원입니다. 소득감소로 회사를 그만뒀을 때 받을 수 있는 구직급여의 최저 하한액이 26.600원입니다.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으니 휴업급여·구직급여에도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의 50%로도 안되는 급여로 인해 아파도 쉬지 못합니다. 소득감소로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재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질 낮은 다른 일자리로 이동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게 됩니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기업의 소모품으로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을 고용해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에게 적정한 임금을 지급하게 강제하고, 임금의 하한선을 정하고 이를 어기는 기업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 시작은 최저임금 바깥의 낭떠러지 같은 일터에서 오늘도 삶을 갈아 넣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법 5조3항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2024.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