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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선생님 4주기] 노동이 특수하지 않은 세상, 노동자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진정한 민주주의

재능교육지부
2025-02-16
조회수 101

우리는 매일 특수고용·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를 만납니다. 인터넷 쇼핑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택배노동자’를 통해 배송받고, ‘방문점검노동자’를 통해 가스 안전, 정수기를 점검받습니다. ‘보험설계사노동자’를 통해 각종 보험을 안내받고, ‘학습지노동자’를 통해 우리의 자녀들은 사교육을 받으며,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노동자’로부터 받은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합니다. 회식하는 날이면 ‘대리운전노동자’를 통해 안전하게 귀가하고 잠자리에 누워서 ‘웹툰작가노동자’들의 작품을 보면서 하루의 고단함을 덜어냅니다.

저는 이렇게 매일 만날 수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재능교육이라는 학습지회사에서 일하는 방문학습지교사노동자 여민희입니다.

여러분, 한 무리에 펭귄과 타조가 있습니다. 또 다른 무리에 비둘기와 독수리가 있습니다. 이 두 무리의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네, 바로 눈치채셨겠지요.

날지 못하는 새와 날 수 있는 새입니다. 그런데 펭귄과 타조가 날지 못한다고 그 새들에게 먹이를 조금 주거나 질이 떨어진 먹이를 주지 않습니다. 또 새가 아니라고 하거나 특수한 새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특성이 서로 다른, 모두 같은 새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노동이, 우리가 매일 만나는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노동이 특수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노동에는 수식어를 붙이거나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특별한 노동이 되었으니 특별하게 차별해야 한다고 합니다.

1999년, 특수고용노동자 최초로 재능교육의 학습지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2018년 6월에 대법원으로부터 ‘노조할 권리’를 찾기까지 20년이 걸렸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1년, 동종업계인 대교의 학습지노동자들이 대법원으로부터 ‘노조할 권리’를 찾기까지 22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동종업계인 교원구몬의 학습지노동자들은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노조할 권리’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교원구몬 사측은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1심을 통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교원구몬 사측은 재능교육이나 대교처럼 대법원의 판결이 없이는 교원구몬의 학습지교사를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고 단체교섭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교원구몬의 조합원들이 어떻게 더 처절해야 하고 얼마나 더 피 울음을 삼켜야 ‘노조법상 노동자’가 되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단체교섭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교원구몬의 학습지노동자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특수한 날개가 달린 것일까요?

진짜 특수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노조법으로 규제하며 헌법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진짜 특수한 것은, “노동 약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적극 챙기겠다”라고 강조한 윤석열이 노조법 개정 요구에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진짜 특수한 것은, 반쪽짜리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만들어 누구나 받을 정당한 권리인 사회보장보험조차도 차별하는 윤석열 정부입니다.

진짜 특수한 것은 ‘노동 약자 지원법’을 제정하겠다며, 노동자로서 권리를 박탈하며 시혜로 선심을 쓰겠다는 국민의 힘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만 주어지는 시혜를 원하지 않습니다. 전혀 특수하지 않은 노동에 ‘특수’를 붙여 더 이상 “특수고용노동자”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사각지대 노동자로 불리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헌법의 취지에 맞게, 모든 노동자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기를 바랄 뿐입니다.

최저임금 이상 적정임금을 보장받을 권리,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안전의 권리, 중대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모든 노동자에게 이런 보편적 권리가 인정되는 날을 소망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 특수한 윤석열 정권을 향해 윤석열 탄핵, 국민의 힘 해체를 외칩니다. 그리고 윤석열이 사라진다고 해서 저절로 우리의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계속 투쟁할 것입니다.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하며, 노동이 특수하지 않은 세상, 노동자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저희 학습지노동자도,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과 단결하며 함께할 것입니다. 

가장 힘들고 약해졌을 때 힘을 주셨던, 앞이 깜깜해졌을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앞장섰던 백기완 선생님을 기억하며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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