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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교사들이 왜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냐고요?

정난숙
2025-03-05
조회수 10

[학습지 노동자들의 노동과 질병 ①]  건강검진 항목에 업무 특성 반영한 근골격계 확인 목록 포함해야

학습지산업노동조합과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38 여성의날 주간에 맞춰, 학습지노동자들의 노동과 질병, 불안정 노동의 실태, 38 여성파업에 함께하는 이유 등을 연속 기고를 통해 알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기고는 학습지노동자들의 만연한 근골격계질환에 대하여, 김봉민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대교지부 부지부장이 작성하였습니다.

학습지 노동자들은 95%가 여성이며 남성의 비중은 5% 정도입니다. 제가 일하는 대교의 경우 회원이 학원이나 공부방으로 방문해서 학습하기도 하고, 비대면 화상수업으로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많이 알려진 것처럼, 학습지 노동자의 대다수는 고객의 집을 가가호호 직접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는 이동 방문 노동자입니다.

20~30년 전, 학습지 업계가 호황기였을 때, 경력 단절 여성들 다수가 학습지 이 업계에 진입했습니다. 그렇게 학습지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젊은 세대들은 지금은 50~60대가 되었습니다. 2024년 전국학습지노동조합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이 82%를 차지하고 있으며, 60대 이상도 약 18%에 이릅니다.

호황기에는 학습지 교사들이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로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시간은 공고했지만, 이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비대면 수업이 확대되고 학령기 아동 수가 감소함에 따라, 현재 학습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습지 노동자들은 근무 경력이 쌓일수록 학습지 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학습지 노동조합이 실시한 2024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많이 취급하지도 않는데 근골격계질환이 업무 때문에 생긴 것이 맞는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학습지 교사들이 아프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히 노화와 관련된 오십견으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학습지 업무의 특성이 과소평가 되는 게 아닌가는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습지 노동자들은 주로 고객의 집으로 이동하여 수업을 합니다. 아파트나 빌라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여러 고객의 교재를 가방에 담고 걸어서 이동합니다. 또한 교재를 채점하는 작업도 수행합니다. 이러한 여러 비정형적인 요인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해 부탁드립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몇 가지 주요 사항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노동은 단순히 수업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수업 후에는 회원들의 교재를 반복적으로 채점하고, 고객 집 사이를 이동하며, 야외에서 홍보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교재 채점은 회원 관리에 필수 요소입니다.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어깨, 팔, 손목에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 또, 많은 경우 어린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데, 어린 회원의 작은 체형에 맞춘 작은 책상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수업 시간 내내 몸을 제대로 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허리, 어깨, 무릎에 많은 무리가 가해집니다.

더불어 우리는 스마트 기기와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채점용 답안지를 확인하거나 수업 전후에 회원 학부모와 상담할 때 반복적으로 손가락을 사용해 타이핑을 해야 합니다.

한 아파트 단지에 여러 회원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에서 내려 짐을 가방에 넣을 때, 우리는 이들 회원의 교재와 선물을 모두 담아 어깨에 메고 이동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어깨와 허리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집니다. 이동해야 하는 거리도 만만치 않으며, 만보기를 통해 측정해 보면 하루에 수천 걸음을 걷는 것은 기본, 만 보 이상 걷는 경우도 흔합니다. 때때로 신규 회원 유치를 위한 야외 홍보를 위해 필요한 파라솔, 책상, 의자, 선물, 홍보물 등을 직접 설치하고 해체해야 합니다.

물론 개인마다 정도나 영향의 차이는 있지만, 학습지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러한 환경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이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해 업무를 중단하게 되더라도 산재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아프더라도 제대로 쉴 수 없는 많은 이들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고통을 감수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사전 관리를 위한 체계가 필요합니다. 건강검진 항목에 학습지 노동자들의 업무 특성을 반영한 근골격계 확인 목록을 포함하는 것이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근골격계질환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충분히 쉴 수 있어야 합니다.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한 업무 중단을 산재보험으로 인정하여, 충분한 치료와 휴식을 통해 본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08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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