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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나도 근무... 아파도 일하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아]

정난숙
2025-03-19
조회수 26

[38 여성파업 조직위/전국학습지노동조합 연속기고]  3.8 여성파업에 함께하는 학습지 노동자들의 목소리 

② 학습지 노동자들의 건강과 질병

학습지산업노동조합과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3.8 여성의날 주간에 맞춰, 학습지노동자들의 노동과 질병, 불안정 노동의 실태, 3.8 여성파업에 함께하는 이유 등을 연속 기고를 통해 알리고자 합니다. 두 번째 기고는 노동자로써 인정받지 못하는 열악한 위치와 그 속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아프면 쉴 권리에 대하여, 오수영 재능교육 교사가 작성하였습니다.


입원해도 쉴 수 없는 학습지 노동자

요즘 같은 입학 시즌에는 전날 만들어 챙겨 둔 홍보물을 들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앞에서 홍보하고 사무실에 출근한다. 영업 독려와 교재 교육을 위한 전체 조회를 마치고 팀별로 영업 목표와 입·퇴회 실적을 점검하는 팀 회의를 진행한다.

어느새 11시 반. 부랴부랴 교재를 챙기러 왔다 갔다 하다보면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기도 하고, 오늘처럼 눈이라도 온 날이면 물기로 반들반들해진 바닥에 미끄러지기도 한다. 12시 반, 선생님들과 식사를 나가거나 도시락을 나눠 먹는 시간은 유쾌하다. 회원 얘기, 까탈스런 학부모 얘기, 집안 얘기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하루 중 가장 시끄럽고 즐거운 시간이다. 믹스커피 한 잔 마시며 숨을 고른다. 바로 수업을 가는 교사들도 있지만, 1시간 짬을 내 집에 가서 아침에 다 못 한 집안일을 후다닥 하고 수업을 나가는 교사들이 많다.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이동 중 교통사고나, 넘어짐 사고가 자주 생긴다. 다치면 대책이 없다. 25년 차 J사의 A 교사는 관리 중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병실에서 교재 정리를 하고, 퇴근한 남편의 차를 타고 교재를 전달했다. 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20년 차 K사의 B 교사는 사무실에서 넘어져 손목 골절로 깁스를 한 채 운전하고 수업을 하다가 상태가 악화되어 수술을 했다. 수술 직전까지 회원 관리를 하고, 수술 후에도 회원업무는 병실에서 처리했다.

지국에는 교사가 아플 때 수업을 대체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 최대한 회원 양육자에게 양해를 구해 2~3주 정도는 교재만 전달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장기 입원이 필요할 때는 산재 휴업을 신청하기도 하지만 이때도 지국에서는 교실 인수인계 등의 업무를 교사에 의존해 진행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전화를 받아야 한다. 입원 후 복귀하더라도, 이전의 수업 시수만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생계에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산재처리는커녕, 아파도 쉴 수 없는 학습지 노동자

2024년 학습지 노조에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46%가 업무상 사고와 질병을 경험하였으나 실제 산재 신청을 한 응답자는 19%밖에 되지 않았다. 산재 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절차와 과정이 까다롭거나 몰라서(51%), 수업이나 업무를 중단할 수 없어서(48%)가 가장 많이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산재가 불승인되거나 신청을 포기한 주된 이유로 "산재신청 시 불이익이 발생하거나 산재처리 안 된다는 상급자의 답변", "산재 처리 이후에도 지속적인 통증으로 치료 중 요양 기간이 짧아 재요양 신청했으나 안 됨", "개물림 사고는 산재 코드가 없다고 해서", "산재가 부분적으로만 인정되고 인정 기간이 짧아 치료비에 도움이 되지 않음", "근골격계 질환은 노화라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는 인식", "암이 업무상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없어서", "투잡이어서 신청하고 못 받음" 등을 꼽았다.

▲학습지노동자들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들다는 노동자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95%가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응답했는데, 수수료 체계 속 소득을 위한 실적 압박이 크게 작동했다. 

학습지노동자들은 2004년 구몬학습의 고 이정연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산재보험 가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코로나 유행 시기 택배 노동자들의 집단 과로사를 계기로 특수고용·플랫폼 업종 중 일부에 산재보험이 확대 도입되었다. 그조차 보험료의 절반은 노동자가 부담하고 있다. 최저 휴업급여는 노무제공자 평균임금의 70%인 월 107만 원, 최저임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아파도 낮은 휴업급여 때문에 쉬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 학습지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30~40대가 주로 일하고 있는 온라인 학습지 교사들의 경우 직업코드가 '방문'으로 분류되지 않고 '학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 결과 산재보험에서조차 적용 제외되고 있다. 하루 종일 집안에 갇혀 육아와 가사 일이 분리되지 않은 조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들의 건강에 대해서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다.

2022년 학습지노조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교사 대부분은 아파도 쉬지 못 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도 대체 교사가 없어 직접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으며, 사고나 질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기 전까지는 수업을 진행했다고 응답했다. 고용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출산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 "현재 임신했는데 출산 이후 단 1, 2주의 쉼도 보장되어 있지 않아서 바로 경력 단절이 됩니다. 조리원에서도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한 응답자의 말이 우리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 하는 '육아와 가사 병행하는 교육 전문가'

학습지 회사들이 낸 구인 광고를 보면, '가사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자유로운 근무시간'과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라고 얘기한다. 온라인 학습지 교사 모집 광고도 '집안에서 육아와 가사를 병행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한다. 여성노동자들은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둔 후 다시 일을 시작할 때 육아와 가사에 대한 걱정이 많다. 육아와 가사를 보장해 주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틈을 이용해 학습지 회사들은 '육아와 가사'를 위한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미끼를 던진다.

하지만 집안에서 육아와 가사를 돌보며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수업하다간 기본비용으로 들어가는 교통비, 통신비, 식대, 스마트기기 구입비 등을 빼면 돈을 버는 건지 쓰는 건지 모르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주 5일 꽉 채워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위탁 계약직인 학습지노동자들의 평균 급여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우리 학습지 노동자들의 임금은 수수료 체계에 묶여있다. 실적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되는 수수료제도는 '가짜회원'을 만들게 한다. J사의 관리 수수료 테이블은 35~55%까지 21개의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매월 (+)1 이상의 성장을 하면 1~3%의 수수료를 추가로 지급한다. 그러다 보니 학습지에서는 실적을 가짜로 맞추는 일이 관행화 되어있다.

사무실의 관리자들은 교사들의 실적이 (+)가 되지 않으면 마감 상담을 통해 그만둔 회원의 퇴회를 쓰지 못 하게 하고 회비를 대납해 마감 수치를 맞추도록 강요한다. 그렇게 누적된 퇴회가 늘어나 퇴회를 쓰려고 하면 관리자들은 회사의 어려움, 지국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수업을 회수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하면서 실적을 맞추라고 강요한다. 실적 압박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는 오롯이 노동자 개인이 감당하고 있다. 2024년 국회에 나와 본인의 이야기를 알린 교사의 증언처럼,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파도 잘 못 쉬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 하는 현실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저는 109과목을 주 5일에 나눠 수업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제 수수료는 196만 원입니다. 회사에서는 한 과목당 회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을 15분으로 잡습니다. 1과목만 진행하는 회원들이 좀 있어서 이런 회원들은 최소 20분이 걸립니다. 그럼 저는 주 30시간을 수업에만 할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수업을 나가기 전에는 교재도 챙겨야 하고, 진도도 잡아야 하고, 학부모 전화상담도 진행합니다. 매주 2회 사무실에 출근해 조회와 교육을 받습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제가 수업하는 지역에서 야외홍보도 합니다. 이 시간을 다 합치면 주 40시간이 넘습니다. 제가 받은 수수료에서 각종 경비 22%를 제하고 일한 시간으로 나누니 시급이 8600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면 받아야 할 4대 보험료, 퇴직금, 주휴수당을 제하고 나니 제 시급은 5400원으로 떨어집니다. 월급통장에 찍히는 월 200만 원의 수수료를 보고 최저임금은 받고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란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전문은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s://omn.kr/2cg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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