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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머니를 돌보다 | 린 틸먼

재능교육지부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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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머니를 돌보다 | 린 틸먼


불광지국 오수영 조합원


『어머니를 돌보다』는 작가 린 틸먼이 11년 동안 아흔여덟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돌본 기록이다. 상주 돌봄노동자를 고용했기에 돌봄을 전담하진 않았다. 다만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불안한 '대기조'의 삶을 살았다. 나도 아이가 군에 가기전까지 늘 상시대기조의 삶을 살았다. 언제 호출당할지 모르고, 때에 맞춰 밥을 챙기고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게 신경꺼도 되겠지만, 늘 생각하고 대기하게 만든다. 돌봄에는 그런 시간들도 포함된다.

내가 작가였다면 가장 힘들었을 일은 질병 그 자체보다 관계의 무게였을 것 같다. 어머니와의 관계, 고용인과 언니들과의 관계, 어머니의 친구들과의 관계. 어머니가 아프지 않았다면 절대 엮이지 않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감정상하지 않게 풀어가야하는 일이 여섯 살때부터 엄마가 싫었던 린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었을 것 같다.

좋은 딸 연기는 했지만 내 '진심'는 아니었다. 다만 내 '양심'은 담겨 있었다

어머니가 떠나고 나서는 

11년이라는 짐, 어머니라는 짐이 떠났다. 슬프거나 어머니를 애도하지 않았다. 피로로 녹초가 되었다

책에서 내게 흥미로운 지점은 어머니의 병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노인에 대해 의료계가 얼마나 무지 한지?, 호스피스 돌봄의 의미가 무엇인지?,  죽음이 가혹하거나 외롭지 않도록 약물과 돌봄으로 '고통 없이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나는 병든 부모를 돌보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주변에서 봤던 많은 장면은 학대와 죄책감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내가 병들면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요양시설에 보내드린다 했다. 가족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질 폭력에 대해서 설명하며 시설 돌봄이 더 전문적이며,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관념은 이미 오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인 탈시설 운동을 지지하면서 노인은 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다니 참으로 무식하고 무섭다.  

할머니 두분이 장수하시다,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친할머니는 큰 고모가 돌봤다. 더 이상 집안에서의 돌봄이 불가능해져서 요양병원으로 보내졌다. 요양병원에서의 1년은 죽음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마지막을 보낸다는게 인간으로서 전혀 존엄하지 않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요양병원을 방문했었다. 뼈와 가죽 밖에 남지 않은 수십명의 노인들이 커다란 병실의 작은 침대에 묶여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 기괴했다. 

집에서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운이 좋았다. 돌봄을 자처한 자식이 있었고 9명의 자식들은 정성을 다했다. 특히 할머니 돌봄을 전담했던 여덟째의 정성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만큼 극진하다 못해 지나쳤다. 할머니는 아홉자식 중에 아들과 막내딸을 제외하고는 사랑이란 걸 주기에는 너무 바쁘고 힘든 생을 보낸 가장이자 농부였다. 모두에게 호랑이 엄마로 손주들에게도 호랑이 할머니로 통했다. 큰딸인 엄마는 할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받지 않았다고 느꼈다. 엄마는 아흔을 넘긴 병든 노인의 말 한마디에 수시로 기분이 왔다갔다 했다. 부모 자식간에 사랑도 시간과 돈이 있고 습관처럼 몸에 배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엄마는 가끔 할머니집에 다녀와서는 여덟째가 엄마한테 함부로 한다, 엄마를 집에 혼자 두고 싸돌아 다니다는 둥 뒷말을 했다. 그 얼마되지 않는 돌봄 분담 비용을 경제적으로 힘들다며 내네마네 했다. 할머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냐며 그러지 말라고는 했지만 현금이 궁해지면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돌봄은 노동이고, 감정이고, 경제적 의사결정이고, 관계의 역사가 뒤엉킨다. 누군가를 돌보는는 일은, 결국 살아온 방식과 마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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